2024. 11. 20. 12:58ㆍ도서정보 틈책전략
배우 박정민, 1987년생
동주, 변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다양한 영화에서 그를 만나봤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의외로 웃겨서 집어든 책
피곤한 몸이지만, 내 몸뚱이를 집에 그냥 방치하기 싫어 나온 어느 날.
중고서점을 들어가게 됩니다.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 신간도서 들의 마케팅 없이
오롯이 내 주관적인 느낌대로 책을 집어들 수 있는 곳.
그 안에서도 마음에 드는 제목을 찾아, 책을 선택할 수 있는 곳.
바로 중고서점인데요.
책 제목과 같은 카피라이팅이 매우 중요하단 생각과 함께
시선을 끄는 책 한 권, 바로 <쓸 만한 인간>이었습니다.
쓸만하다더니...
아, '쓸' 띄고 '만한'!!!!
'쓸 법한 인간'의 책이 여기 있구나 싶어 책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을 이렇게 소개해요.
글씨를 쓸 줄 아는 사람이
이렇게 생각을 잘 쓰는 줄 처음 알게되었어요.
저에게 있어, 배우 박정민은 영화 <변산>에서의 이미지가 강한데요.
꽤 진지하면서 어설픈데 뭔가, 전문적이야. (...흠... 뭔지 모르게 애매한 전문가랄까.)
아무튼 거부감 없이 주변에 꽤 많은 매우 편안한 이미지의 그런.
책을 살펴보고 있자니,
지난 날 언젠가...
책을 냈다는 소식과 함께 과거 인터뷰를 봤던 걸로 기억이 어렴풋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호기심에 책을 펼쳐 들었고, 책 제목과도 같은 '쓸 만한 인간'의 챕터로 들어가 읽어봅니다.
그렇게 배우 박정민의 다른 면모를 알게 된 거예요.
배우로서의 삶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아,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고 있었구나.'
'다른 탤런트를 가지고, 무언가를 꾸준히 해온 사람이었구나' 싶었습니다.
"보통 사람들도 쓸 법한 문장으로 적은 종이뭉치."
이 메시지에, 부담을 내려놓고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휴식과 함께 책을 만났습니다.
87년 생 전후 태생인 분들이 보기에 공감도 있을 거예요.
아웃사이더의 랩을 인용해 쓴 글들과 대화들도 많이 나오거든요. 이를 테면,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빠르게~'
비치는 이미지와 달리, 꽤 진지한데 재밌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총 5부 구성, 2013년부터 시간순 배열 외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시간순 배열로 4부를 나누었습니다.
5부는, 기록 날짜는 없지만 그 이후에 쓴 글로 추정돼요.
약 5~6년간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고, 다듬고 해왔다는 것이겠고요.
그 글 이전의 습작들도 무수히 많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책을 쓴다는 것 자체에 부담도 상당했을 텐데,
작가의 말처럼 '종이뭉치'라는 표현으로 그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으니
읽기도 한결 쉬웠습니다.
배우 박정민의 매력 하나를 추가하게 됐어요.
꾸준히 무언가를 쓰고 정리하고 기록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참 많은 생각들을 꺼내어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멋지고 부러웠습니다.
의외로 잘 살고 있다는 것
'가만히 보면, 모두가 의외로 살아있다.'
책에서 한참을 머물러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었어요.
과거의 박정민이 쓴 시(라고 하기엔 짧다나)라고 하는데,
생명의 유무가 아닌 '의미를 두고 사는 것과 아닌 것'을 나누는 것도 같았고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더라고요.
그의 수첩엔, 글감과 생각이 뒤엉켜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꺼내어 보면
'꽤 타이밍을 잘 만난 글'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메모라는 습관이 아니면,
그 멋진 생각과 사연들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겠죠.
다시 발목을 잡아 이렇게 책이라는 근사한 종이 위에
활자로 자리한 것만으로도 참 잘했다(잘 썼다)는 생각입니다.
그랬기에 저와 같은 독자에게도 '생각할 여유'를 선물해 주었으니까요.
유머러스했는데요, 저는! 모순이라면 모순일 테고.
관점의 차이지만, 이 책은 분명 웃겼습니다. (재밌었어요)
책 같지 않아서, 책 같은 글(?)이 아니어서, 한계 없이 쓴 글이라 좋았습니다.
배우 할 놈이 책을 안 봐서
입학의 고비를 맞이하기도 한 사연, 참~ 인상 깊었어요.
그렇게 무지하게 읽고 읽어서 결국,
합격해내고야 마는 것도 '인간승리' 같았고요. (나 같아서)
서울대를 가겠다는 패기는 너무 웃겼습니다.
아니, 예술학교 떨어지고
진짜로 지원을 했으니까 떨어졌을 거 아닌가요.
영화 만들려다,
갑자기 서울대 가버리면 지금의 박정민을 만날 수 있었을까나?!
진짜 서울대를 가 버렸으면,
인생영화 한 편이 나왔으리라 키득거리며
다음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결국, 드디어 해내고 마네요.
책과 영화를 보고는~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대요.
그리고 '책을 많이 읽자'고 당부도 합니다.
<변산>이라는 영화를 준비하면서 쓴 글이 나옵니다.
말을 비비 꼬거나, 생각의 흐름 그대로 장황하게 풀어쓰거나,
그러다 아뿔싸. 이내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글로 흥미신공을 씁니다. 작가가!
한 번에 두 남자를 공격하는 디스 신공의 엄마와
띄어 쓰지 않음으로 엄마보다 작게 표현한 아빠를 설명하는 글로,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다.'를 보고 너무 신선했어요.
(박정민, 글 참 재밌게 잘 쓰네!) 가방에 들어가는 아버지로 표현되기에.
거울 안의 멸치던 뭐던, 그의 책의 글들은 이렇게 유머러스했습니다.
중간 중간 담겨있기도 하고 갑자기 글 중간에 튀어나오기도 하니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꽤 진지해요. 진솔하고요.
누군가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에 대한 글입니다.
'들어준다는 것' 무조건적인 수용의 자세.
이해는 고사하고 일단은 받아들여준다는 것을 생각하게 했어요.
맞냐 틀리냐의 타당성을 논하기 전에, 들어준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대목이에요.
불행하고 불안하고 불확실한 모든 불편함은
'결국 벌어지지 않아서'라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 또한 그런 것도 같은 게
그만한 대가가 발생되지 않으면, 더 큰 대가가 올까 봐 불편함이 증폭되는 것 말이죠.
보통 이런 생각들을, 꼬리 물어가며 해소되는 과정 그대로 써 내려갑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아픈 건 아프고!
또 그렇게 성장한다고 표현하며 '성장판이 언제 닫히려나' 생각하는 대목이 있어요.
얼마나 진지했는가는 밤새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으면 길에서 잠들었을까 싶으면서도,
아직 덜 자라 성장통이 있는가 싶기도 하고요.
그 와중에 선크림을 바르고 술 마시러 가겠다는 농담을 합니다. (진담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유머)
진지한데 웃긴 놈,
배우 박정민의 책 <쓸 만한 인간>이었습니다.
이중적인 의미의 제목과 걸맞게
진지하게 웃겨버린 책이 아닐 수 없었어요.
단편적인 생각들을 정리한 에세이를 가볍게 만나고 싶은 분들,
한 번 읽어보셔요! 꽤 재밌습니다.
이상입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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